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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다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297

‘표준말을 풍부하게 하는 일은 바람직한 언어의 바탕을 넓히고 깊이는 일이다.’

앞 문장은 필자가 어떤 대학 학술지에 보낸 원고의 한 구절이다. 그런데 이 학술지 편집자는 필자가 쓴 ‘깊이는’을 ‘깊게 만드는’으로 고쳐 실었다.
최현배 선생 지은〈우리 말본〉머리말에 이런 글이 있다. “우선 이것으로써 나의 연구의 한 단락을 지어서 이를 박아내기로 한 것이니; 그 바로잡기와 깊히기와 넓히기는 현재 및 장래의 대가의 힘을 기다리는 바이다.” 선생은 ‘깊이기’를 ‘깊히기’로 썼다.
‘깊이다’는 ‘깊다’의 하임(사동)을 나타내는 ‘깊게 하다’를 뜻하는 말이다. ‘높이다’는 두루 잘 쓰는 데 비해 ‘깊이다’는 잘 안 쓰는 것 같다. 뒷가지 ‘-이-’가 그림씨 뿌리에 붙어 하임 움직씨로 된 낱말이다. ‘깊이다, 높이다’말고도 ‘눅이다, 옥이다, 욱이다(우그러들게 하다)’ 따위가 있다.
‘깊이다’를 살려 쓰면 어색한 한자말 ‘심화시키다’느니, ‘심화하다’를 갈음할 수 있다. ‘사고를 심화시키고’는 ‘생각을 깊이고’이고, 안보의 불안감을 ‘심화시켰다’는 안보 불안감을 ‘깊이었다’가 된다. 지식을 ‘심화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할 것이 아니라, 지식을 ‘깊이려고’ 대학원에 가면 될 것이다. ‘심화되다’는 ‘깊어지다’로 고쳐 써 보자.
*책을 많이 읽으면 사물에 대한 관찰력이 심화되고(→깊어지고) 정서가 풍부해진다. *심화되는(→깊어지는) 빈부의 격차. *수출 부진으로 경제 불황이 심화될(→깊어질) 전망이다.
쉬운 말 쉬운 글이 아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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