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마다 한자말이라며 ‘걸신’(乞神)이란 것을 조작하여, 그 뜻을 “①빌어 먹는 귀신 ②염치없이 지나치게 탐하는 마음”이라고 해놓았다. 빌어 먹는 귀신도 없고 그런 말도 없다.
그런 중에서 〈우리말 큰사전〉(1992)처럼, ‘걸신’(乞神)은 없이, 우리말 ‘걸씬’을 “굶주리어 음식을 구하는 탐욕”이라고 풀이하고, 그 쓰임으로 ‘걸씬들리다, 걸씬스럽다, 걸씬장이’ 들을 들어놓은 것도 있다. 다 옳고 아귀가 맞는다.
우리말 ‘걸씬’과 비슷한 ‘걸태질’은 “염치없이 재물 따위를 마구 긁어 모으는 질”이다. 여기에 무슨 한자가 필요한가.
다른 사전들은 우리말 ‘걸씬’이 싫어서 어떻게든지 한자말로 꾸미려고, 빌어 먹는 귀신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면서 ‘乞神’이라는 헛것을 만들어 싣고 ‘에헴!’ 하는 것이다.
제 할아비 나라 것으로만 보이면 거짓 것에도 사죽을 못 쓰는 무리들의 짓이다.
‘걸씬’은 그 말밑을 있지도 않은 한자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우리말에서 찾을 수 있다.
‘걸씬’의 ‘걸-’의 쓰임을 찾아보자.
‘걸걸거린다’고 하는 ‘걸걸’은 “음식이나 재물에 염치없이 욕심을 부리는 꼴”이다.
‘걸뛰다’는 “걷잡지 못하게 마구 뛰다”라는 뜻이고, ‘걸밥’은 “먹다 남은 음식”이다.
‘걸-’은 그 ‘걸걸, 걸뛰다, 걸밥’ 들의 ‘걸-’과 어울린다.
‘걸씬’의 ‘-씬’도 ‘날씬·늘씬’하고, 냄새가 ‘물씬’ 나고, ‘양씬’(실컷) 먹고, ‘얼씬’도 하지 말고, ‘훨씬’ 좋고, ‘흠씬’ 맞고 하는 말들의 ‘-씬’처럼 얼마든지 쓰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