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중매체는 사람이 사는 생활 환경의 일부를 이룬다. 특히 방송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현대인은 방송 매체에서 홍수처럼 쏟아지는 말을 듣보고 산다. 그런데 방송거리 제목에 언제부턴가 ‘외국어’가 침투해 대중의 눈귀를 혼란스럽게 한다.
‘사랑의 리퀘스트’나 ‘신비한 TV서프라이즈’의 ‘리퀘스트’나 ‘서프라이즈’는 외래어라 할 수 없는 영어 단어로서, 국어 생활에서 전혀 쓰지 않는 말이다. 왜 이런 외국말을 프로그램 이름에 쓰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낱말에 그치지 않고 둘 이상의 낱말을 연결한 이은말이 각종 제목에 쓰이기도 한다. ‘이벤트인코리아’나 ‘해피투게더’, ‘뷰티풀 선데이’ 따위가 그런 보기다.
낱말에서 시작한 외국어 이름 사용 풍조가 구로 번지더니 최근엔 아예 완전한 문장을 프로그램 이름에 쓰는 경우마저 있다. ‘아이러브스포츠’가 그것이다. ‘스포츠가 좋아요’ 같은 제목은 촌스럽다고 여기는 것일까 이러다가 방송에서 우리말 프로그램 제목을 찾아보기 어렵게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스럽다. 물론, 친근함이 가득한 고운 우리말 이름을 쓴 보기들도 적지 않아 희망을 잃지 않는다. ‘체험 삶의 현장’이나 ‘열린 음악회’, ‘별이 빛나는 밤에’, ‘손에 잡히는 경제’, ‘즐거운 오후 2시’ 같은 이름들이 그렇다.
한국어는 지구상의 6천 가지 가까운 언어 중에서 열세 번째 정도로 사용 인구가 많은 큰 언어다. 그리고 아득한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이 써 와 오늘에 이른 말이다. 이 자랑스럽고 당당한 우리말을 스스로 아끼고 보살피지 않는다면 누가 지켜줄 것인가. 방송의 크나큰 사회적 책임을 생각할 때 방송 프로그램 이름은 신중하게 지어야 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