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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음과 설움

작성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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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노래방은 이발관이나 대중 목욕탕과 같은 곳이 되었습니다. 남녀노소가 함께 드나든다는 점에서 보면, 오히려 그런 곳보다 더 친숙하고 일상적인 면이 있기까지 합니다. 다음은 어느 노래방에서, 널리 즐겨 불리는 어느 노래의 가사 자막에서 본 것입니다.


(1) 무슨 설음 그리 많아 포기마다 눈물 심누나.

다른 경우에도 이렇게 쓰는 일이 많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설음'은 표준을 벗어났습니다. '설움'을 잘못 표기한 것입니다.
'설움'은 '서러움'이 줄어들어 형성된 낱말입니다. 그런데 '서러움'은 형용사 '서럽-'에 뒷가지(접미사) '-음'이 붙어서 생성되었습니다. 어간 '서럽-'의 끝소리 [ㅂ]가 뒤따르는 접미사의 첫소리 [ㅡ]와 녹아붙어 [ㅜ]가 되는 것입니다. 그 과정을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2) *서럽-음=ㅅㅓㄹㅓㅂㅡㅁ → ㅅㅓㄹㅓㅜㅁ=서러움

이 '서러움'에서 [러]의 끝소리 [ㅓ]가 탈락하여 '설움'이 된 것이지요.
그런데「표준어 규정」(제26항)에서는 형용사 '섧-'과 '서럽-'을 다 같이 표준 낱말로 인정하였습니다. 그 규정을 원용하면 '서러움'도 표준 낱말로 보아줄 여지가 없지 않으나, 많은 사전에서는 '설움'에 더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요컨대 '서러움'이 되는 것은 '서럽-'의 끝소리가 [ㅂ]이기 때문입니다. '반갑-, 고맙-, 즐겁-' 따위에서 파생된 명사를 '반가움, 고마움, 즐거움'으로 표기하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북한의『조선말 대사전(1992)』에서는 '서러움'과 '설음'을 올려 풀이해 놓았습니다. 남한의 처리와는 꽤 다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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