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로서'와 '-으로써'는 그 발음이 아주 비슷할 뿐만 아니라 쓰이는 환경까지 비슷하여 섞갈리는 일이 매우 많습니다. 흔히들 '-으로서'를 자격격 조사, '-으로써'를 기구격 조사라고 합니다. '자격격'이니 '기구격'이니 하는 것은 그 뒤에 오는 서술어와의 관계 속에서 파악되는 의미 관계입니다.
예를 들어 '낫'이라는 명사가 있고 그 뒤에 그것을 지배하는 '벤다'라는 서술어가 있다면, 곧 '낫 (풀을) 벤다.'라는 월이 있다면, '낫'은 '벤다'는 행위에 대하여 기구 또는 수단이 됩니다. 낫은 풀을 베는 데에 쓰이는 도구이고, 또한 풀을 베려면 낫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경우에 '낫'이 서술어에 대해 가지는 격(case)을 '기구격' 또는 '방편격'이라고 하며, 이 같은 사실을 나타내기 위하여 조사 '-으로써'를 쓰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침내 '낫으로써 (풀을) 벤다.'는 월이 되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낫'이 '쓸모가 없다'라는 서술어와 관련된다고 가정합니다. 곧 '낫 쓸모가 없다.'는 월을 가정해 봅니다. 서술어 '쓸모가 없다'는 도구 같은 것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이 월은 '낫이라는 기준(자격)으로 볼 때에 쓸모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이런 경우에 '낫'이 가지는 격을 '자격격'이라고 하며, 조 '-으로서'를 붙여 그 사실을 나타냅니다. '낫으로서 쓸모가 없다.'가 되는 것이지요.
그러면 다음 에 조사 '-으로서'나 '-으로써'를 넣어 봅시다.
(1) 닭 꿩을 대신하였다.
(2) 나는 위원의 한 사람 발언하겠다.
(3) 그는 가장(家長) 는 빵점이야.
(4) 이 그림은 피 그린 거야.
(5) 그것은 총 는 잡을 수 없다.
(6) 해수욕장 그만한 데가 없다.
(7) 그는 의술 사회에 이바지하였다.
각 보기에서 앞의 낱말이 그 뒤에 오는 서술어 -- (1) (꿩을) 대신하였다, (2) 발언하겠다, (3) 빵점이야, (4) 그린 거야, (5) 잡을 수 없다. (6) 그만한, (7) 이바지하였다 -- 들과 가지는 의미 관계를 생각해 보면 답이 쉽게 나올 것입니다. 다음이 정답입니다.
(1) 닭으로써 꿩을 대신하였다.
(2) 나는 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발언하겠다.
(3) 그는 가장으로서는 빵점이야.
(4) 이 그림은 피로써 그린 거야.
(5) 그것은 총으로써는 잡을 수 없다.
(6) 해수욕장으로서 그만한 데가 없다.
(7) 그는 의술로써 사회에 이바지하였다.
이를 통하여 두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첫째, (3)과 (5)에서는 보는 바와 같이 '-으로서'나 '-으로써' 뒤에는 다른 조사가 더 붙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둘째, '서'나 '써'는 생략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위의 보기 일곱이 다 그러하지만, 특히 (1), (4)는 '써'가 생략되는 것이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