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에도 참으로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각 방송국에서도 걱정을 하며 비와 관련된 방송을 연일 내보냈습니다. 다음은 그런 보도 중에 나온 말입니다.
(1) 어제 밤 11시부터 강물이 더욱 불기 시작했습니다.
흐르는 강물이 많아지기 시작한 것을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사람만 그러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1)에서 '불기'는 잘못된 말입니다. 이 낱말의 으뜸꼴(기본형)은 '붇-다'이기 때문입니다. '붇-'은 '-고, -게, -기, -는, -도록, -지'와 같이 닿소리로 시작하는 어미와 연결될 때에는 그 형태가 변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하면 규칙 활용을 표준으로 칩니다.
(2) 붇-고 붇-게 붇-기
붇-는 붇-도록 붇-지
이에 비하여 '-어야, -어도, -으니, -으니까, -으면, -을수록' 들과 같이 홀소리로 시작하는 어미와 연결될 때에는 '붇-'의 끝소리 [ㄷ]가 [ㄹ]로 바뀝니다. 다음의 (3)과 같이 불규칙 활용을 하는 것이지요.
(3) *붇-어야 → 불어야 *붇-어도 → 불어도
*붇-으니 → 불으니 *붇-으니까 → 불으니까
*붇-으면 → 불으면 *붇-을수록 → 불을수록
어간이 [ㄷ]로 끝난 용언 중에서 '싣-, 묻(問)-, 긷-, 걷(步)-, 눋-, 듣-, 일컫-' 들이 이와 갈은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나 '받-, 묻(埋)-, 걷(收)-, 뜯-, 믿-, 얻-, 곧-, 굳-' 따위는 어떤 환경에서나 규칙 활용을 합니다. '받-아야, 묻(埋)-어도, 걷(收)-으니, 뜯-으니까, 믿-으면, 얻-을수록' 따위가 되는 것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