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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럭아"와 "아가"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811
텔레비전 화면에서 다음과 같은 표기를 보았습니다.

(1) 너구라, 이리 와!

여기서 '너구라'는 '철식(명사)-아(호격 조사)'와 같은 형식으로, '너구리'를 부르는 말입니다. 맞게 표기한 것일까요?
'너구리'와 같이 홀소리(모음)로 끝난 명사 뒤에 붙는 부름 토씨(호격 조사)는 '-야'입니다. '기러기, 개구리, 꾀꼬리, 매미' 들을 부를 때에는 각각 '기러기-야, 개구리-야, 꾀꼬리-야, 매미-야'와 같은 형식이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형식들은 다음과 같이 바꾸기도 합니다.

(2) 기러기-야 → 기럭-아 [기러가]
개구리-야 → 개굴-아 [개구라]
꾀꼬리-야 → 꾀꼴-아 [꾀꼬라]
매미-야 → 맴-아 [매마]

「한글 맞춤법(1988)」에서는, 각각 [ ] 속과 같이 말하거나 발음하지만, 표기는 '기럭-아' 식으로 해야 한다(제32항)고 규정하였습니다. '기러기'의 끝 [ㅣ]가 떨어져 나가 '기럭'이 되고, 거기에 맞게끔 호격 조사가 '-야'에서 '-아'로 조정된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다른 예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1)의 표기는 이 규정을 벗어난 것입니다. '너굴아'가 되어야 이 규정에 맞게 됩니다.
위와 같은 규정에 따른다면 (3)에서 보는 '아기-야'의 준말은 어떻게 써야 할까요? 발음은 [아가]로 하되, 표기는 (4)와 같이 해야 합니다. '악'은 '아기'의 준말이지요.

(3) 아기-야, 이리 온!
(4) 악-아, 이리 온!

그러나 많은 사람에게 (4)의 '악아'는 낯설게 받아들여질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이렇게 표기하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한글 맞춤법」에서는 다음 (5)와 같이 표기하는 것을 표준으로 인정하였습니다(제32항의 '해설').

(5) 아가, 이리 온!

그러나 이것은 '악-아'를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한 것이 아니라 다음 (6)에서 보는 '아기-야'에서 호격 조사 '-야'가 줄어진 것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6) 아가-야, 이리 온!

여러 사전에서 '아기'와는 별도로 '아가'를 표준 낱말로 올려 두고 있기는 합니다. 물론 '아가'도 명사이지요. 그러나 풀이가 썩 명쾌하지는 않습니다.

- 리 의도 교수의 '이야기 한글 맞춤법'(2004, 석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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