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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이름 지웁니다'' 일제 때 창씨개명 졸업생 1천여명
60여년 전 초등학교를 졸업한 70대 노인들이 학적부에 기록된 일본식 이름을 지우고 본래 이름으로 바꿔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충남 천안시 성황동 천안초등학교 동창회(1907년 개교,회장 김숙희 전 교육부장관)는 1941년부터 광복 전까지 학적부·졸업생 명부 등에 실린 졸업생 1천2백94명 중 1천1백97명의 창씨개명(創氏改名)을 한글 이름으로 바로잡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45년도 졸업생 이종수(李鍾洙·70·전 충남도의회의장·본성명 회복추진위원장)씨는 “그동안 일본 이름 시바야마(芝山)로 쓰여진 졸업장을 손자들에게 떳떳하게 보여줄 수 없었다”며 자신과 관련된 기록에 남아 있는 일제 잔재를 털어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일제는 대륙침략전쟁이 본격화되던 40년부터 민족말살정책의 일환으로 창씨개명을 강요,6개월만에 한국민 80% 이상이 이름을 바꿨다.
41년도 졸업생 민병달(閔丙達·75·천안문화원장)씨는 “당시 일본식 이름으로 바꾸지 않으면 중학교 입학이 허가되지 않았고 심지어 식량 등 물자배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차별대우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들의 학적부에는 한글 이름(한문표기)이 붉은 두 줄로 지워진 채 바로 옆에 일본식 이름이 쓰여져 있다.또 졸업생 명부는 모두 일본식 이름으로 쓰여져 한국인 학교인지 일본인 학교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다.
동창회 관계자는 “현재 연락이 닿은 당시 졸업생 1백여명이 모두 한글 이름 복원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학교 측은 “호적등본 등 근거서류를 확인해 졸업장을 한글 이름으로 재발급하는 것은 고려할 수 있으나 학적부·졸업생 명부 등을 고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전국의 모든 학교 기록을 일괄적으로 고칠 수는 없지만 정정서류를 갖춰 해당 학교에 신청하면 교장 판단에 따라 결정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반 호적의 일본식 이름은 46년 10월 미군정 ‘성명복구령’에 따라 원상 회복됐다.
◇창씨개명=일제가 황민화(皇民化)일환으로 신사참배와 함께 시행한 정책으로 한글 이름을 강제로 일본식으로 고치게 한 것이다.40년 2월 11일부터 이틀만에 87건이 접수됐는데 그 중에는 이광수(香山光郞),종로경방단장 조병상(夏山茂)등이 포함돼 있었다.
당시 미나미 조선총독은 내선일체(內鮮一體)를 내세우며 개정된 조선민사령을 근거로 개명을 강요,8월까지 창씨개명을 완료하고 거부한 자는 불령선인으로 몰아 탄압했다. (중앙일보 2002-11-15 조한필 기자 chopi@joongang.co.kr)
2002-11-16 09:1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