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에서 필자는 비록 니체와는 다른 고통(Leiden)에 대한 진단과 치료의 길을 모색했음에도 니체에 앞서서 고통에 대한 물음을 자신의 철학의 화두로 삼았던 근대의 고통담론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쇼펜하우어의 고통의 철학을 다루어 볼 것이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에 있어서 고통에 대한 물음과 이에 상응하는 고통 치료에 대한 논의를 필자는 각각 ‘고통의 해석학(Hermeneutik des Leidens)’과 ‘치료의 해석학(Hermeneutik der Therapie)'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사실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니체에 의해서 격렬하게 비판받았던 철학이다. 특히 니체가 유럽 문화의 데카당스와 그것의 귀결로서 허무주의의 원인 중의 하나를 쇼펜하우어의 의지의 부정과 동고(Mitleid)의 윤리학에서 찾을 때, 쇼펜하우어가 인간의 삶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력에 대한 니체의 비판은 극적으로 고조된다. 따라서 우리가 현대인의 고통의 문제를 다룸과 동시에 그것에 대한 치료의 문제를 쇼펜하우어의 사상을 통해서 천착하고자 한다면 니체의 비판 지점에서 쇼펜하우어를 다시 읽는 것이 불가피하다.
논자는 이와 같은 고통에 대한 문제설정을 쇼펜하우어의 사상에 있어서 고통에 대한 진단과 치료라는 두 개의 개념 촉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이 작업을 통해서 무엇보다도 쇼펜하우어의 사상에 있어서 모순되는 것으로 보이는 표상(Vorstellung), 의지(Wille), 그리고 이념(Idee)에 대한 인식의 차원을 고통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이와 같은 고통에 대한 진단적 차원을 고통의 해석학이라는 용어를 통해서 정리하고자 한다. 그리고 치료의 해석학을 위하여 이념에 대한 인식을 그 중심 과제로 하고 있는 예술(Kunst)과 정관(Kontemplation)을 중심 개념으로 하여 살펴봄으로써 쇼펜하우어의 염세주의 사상이 삶에 대한 진단적 차원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의 탈출구에 대한 모색으로 확장되어 있음을 드러냄으로써 지금까지 소홀히 다루어 왔던 치료적 차원을 강화한다. 나아가 이와 같은 치료적 차원에 있어서 중요한 논의점을 진단적 차원의 의지설이나 표상설에 근거한 염세주의적 세계관으로부터의 출구를 제공하는 예술이나 인식의 차원이 어떻게 의지론이나 표상론과 모순되지 않고 설명 가능한지를 밝힐 것이다.
이와 같은 필자의 연구는 인문치료<Humanities Therapy) 에 있어서 중요한 화두라고 할 수 있는 고통에 대한 문제설정을 고통 해석학의 대가인 쇼펜하우어의 사상 속에서 모색하여 봄으로써 한편으로는 인문치료에 있어서 고통과 치료에 대한 담론을 활성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철학에서 여전히 진지하게 다루어지고 있지 않은 쇼펜하우어 사상의 현대적 위상을 정립하여 보고자 한다.
주제어: 쇼펜하우어, 인문치료, 고룡의 해석학, 치료의 해석학, 표상, 정관

